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이 '명분확보'에 목을 매고 있다. 의결권 방향을 정하지 못한 국민연금 등 핵심 주주들이 삼성이 제시한 합병 목적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주주설득' 여부가 이번 합병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29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국민연금과 블랙록자산운용(BlackRock) 등 대주주와 잇달아 접촉해 합병 이유와 효과 등에 대해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과 블랙록 등은 최근 삼성 측에 '합병 후 주주가치를 끌어 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과 블랙록은 각각 10.15%와 2% 안팎의 삼성물산 지분을 갖고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블랙록은 4조7740억달러에 상당하는 펀드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다. 

핵심 주주들이 이 같은 입장을 전한 것은 합병 발표 후 삼성이 시장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지난달 26일 공시에서 합병 목적을 '양사 사업 시너지를 통한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이 주주가치 제고·기업가치 확대 등 확실한 명분을 제시하지 못하면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 등이 삼성쪽 편을 들 수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서 SK-SK C&C의 합병 때 국민연금공단은 시너지 효과와 지배구조 안정 등을 인정하면서도 '합병비율과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ISS(기관투자자 서비스)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이미 합병에 찬성, 합병안 가결이 거의 확실한 상태에서 국민연금이 굳이 SK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은 SK 보다도 삼성측에 보내는 신호라는 분석도 있었다.

실제 시장 분위기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너지에 여전히 냉소적이다. 제일모직의 바이오·옷·레저·식자재·조경과 삼성물산의 건설·상사 부문의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것이다. 합병비율과 기업 가치 등 삼성물산이 손해 보는 합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가도 널뛰기를 계속하고 있다. 합병 가능성이 커지면 삼성물산 주가가 떨어지고, 무산가능성이 제기되면 주가가 오르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주주들이 합병 시너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을 주가 흐름이 보여주고 있다"며 "삼성이 국민연금공단과 외국기관투자자는 물론 소액 주주들에게도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으로서는 다음달 17일 예정된 합병 주주총회까지 살얼음판이다. 특히 이번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우선 7월 1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주주총회 소집 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과 자사주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의 결론이 내려진다. 재계와 법조계 등은 엘리엇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이것도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법원이 국민연금 공단처럼 입장을 정리하면 주주이익 침해를 이유로 사건을 본안 재판으로 넘겨 제대로 한번 따져보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어 빠르면 7월 2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ISS의 보고서도 나올 예정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ISS 판단을 추종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합병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등이 ISS와 접촉하고 있지만 삼성 뜻대로 '중립' 정도라도 해줄 지 의문이다.엘리엇(7.12%)을 포함, 삼성물산의 외국투자자 지분은 33% 정도다. 이들 전부가 반대하면 합병에 필요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삼성이 이끌어 내는 것은 이론상 불가능해진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삼성 합병안에 대한 자체 판단을 유보하고 찬반 결정을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위원장 김성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로 넘기는 결정도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으로서는 이 자체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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